한화그룹, 책임경영을 위한 RSU 제도 확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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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의 여러 가지 다짐을 하는 일 중에 '재태크'는 빠질 수 없는 항목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태크의 수단으로 '주식 투자'를 꼽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연휴 동안 하루에 한 번씩은 주식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국내 주식 시장에 약간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데, 그 이유는 주주 친화적이지 못한 시장 구조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런 제게 새로운 시각을 주기 위함(?!)인지 한화그룹이 국내 최초 도입했던 RSU 제도를 확대한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한화그룹의 RSU 제도 확대 소식과 함께, RSU 제도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래서 RSU가 뭔데요?
RSU는 그대로 풀면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estricted Storck Units) 이라고 합니다. 이는 기업이 일정 조건을 만족한 임직원에게 자사의 주식을 무상 지급하는 보상 제도입니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스톡옵션(Stock Option)이 있는데요. 둘다 일정 근로 요건을 채운 임직원에게 기업이 제공하는 보상체계라고 할 수 있으며, 근로자에게 동기를 부여해 장기 근속과 더 나은 업무 성과를 유도하는 제도입니다. 일정 조건(시간, 성과)에 맞춰 근로했을 시 주식을 받을 수 있고, 그 주식은 대체로 회사의 성과에 따라 시장에서 가격이 달라지니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임직원이 노력을 이어갈 강력한 동인이 되는 것이죠.
RSU는 스톡옵션의 대안으로 주식시장에서 주목 받으며, 미국의 빅테크(MS, 애플, 메타 등) 기업과 실리콘밸리에서 잇따라 채용하며 성공적인 보상체계로 검증받았습니다. 한화그룹에서는 2020년 국내 최초로 RSU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RSU제도는 점차 입소문을 탔는데요. 지난 8월 30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스타트업의 RSU 도입을 언급하면서 대기업 뿐만 아니라 기업계 전반에서 RSU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스톡옵션과 RSU의 차이는?
스톡옵션과 RSU는 임직원에게 성과를 보상한다는 측면에서 같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스톡옵션은 약정된 가격(행사가)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반면, RSU는 주식 자체를 준다는 점입니다.
A라는 기업이 '1년 후 회사 주식을 주당 1만원에 1,000주까지 구매할 수 있다'는 스톡옵션을 제공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년 후 회사의 주가가 주당 2만원이 되면 그 절반 가격인 1만원에 최대 1,000주까지 구매할 수 있으니 1,000만원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주가가 5천원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구매 시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에 쓸모 없는 권리가 됩니다. 물론, 이때는 행사를 포기하면 됩니다.
RSU는 '1년 후 회사 주식을 1,000주를 제공한다'라고 실제 주식을 바탕으로 계약합니다. 따라서 1년 후에는 회사 주식을 1,000주 받게 됩니다. 이때 주가에 따라서 기대 이익이 달라지게 됩니다. 주가가 1만원이라면 1,000만원의 이익을, 5천원이라면 500만원의 이익을 얻게 되겠죠.
보상받는 임직원 입장에서라면 RSU는 자비용을 부담해 주식을 구매해야 하는 스톡옵션보다 부담이 적고, 주가 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또한, 일반 주주의 입장에서도 RSU는 주주친화적인 제도입니다.
임직원이 스톡옵션으로 최대의 이익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까지 주가를 높여 행사가와 시장가의 격차를 크게 벌려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스톡옵션이지만,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회사의 단기적인 성장만 바라보고 있는 눈에 보이는 성과만 이끈 뒤, 스톡옵션 실행 후 곧바로 주식을 양도, 그리고 바로 퇴사해버리는 이른 바 '먹튀'가 발행하게 된 것입니다. 주식이 대거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에 영향을 받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동력을 잃기 때문에 기업의 주가에 악영향을 받고... 이는 회사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주주에게 큰 손실을 입히는 행위로 이어집니다.
스톡옵션을 받은 경영진이 이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내던지고, 시장에서 '경영진이 주식을 내던지는 것은 회사의 성장 동력이 없다는 것'으로 보고 가치를 절하하고, 이게 반영돼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그리 오래된 사건도 아니죠. 이 사건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스톡옵션 제도의 맹점을 지적받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RSU 제도는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RSU는 주식을 해당 시점에 직접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기업이 나눠주기 위한 주식을 미리 사놔야 합니다. '자사주 매입'이 발생하는 것인데요. 주식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일반 주주에게 RSU 제도는 여러모로 괜찮은 제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RSU 제도 확대 나선 한화, RSU 제도 정착을 위한 노력
한화그룹은 2020년 국내 기업 최초로 RSU를 도입한 이래, 일부 계열사 임원에게 시행 중이었는데요.
이를 내년부터 전계열사 팀장급 직원까지 RSU 제도를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화그룹은 방산계열(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이나 항공 우주(한화디펜스) 등 오랜 연구와 개발이 필요한 계열사가 많아 이러한 RSU 제도가 직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제도이자 높은 성과를 이끌 제도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RSU 제도의 정착을 위해선 여러가지 논의해야 할 상황이 많습니다.
RSU는 법, 제도 상으로 아직 충분한 틀이 잡혀있지 않으며, 사례가 적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보호'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대주주 영향력 확보'로 읽힐 수 있는 시각도 있고요. 스타트업 등 아직 궤도에 오르기 전 수익이 나지 않은 곳에서는 RSU 제도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주주 영향력 확보에 대해서 한화그룹에서는 RSU가 최대 10년 후에 성과 보상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현행 중인 방식에서는 이러한 문제 발생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입니다.
법과 제도 정비로 주주와 임직원에게 이득인 RSU 제도 정착 필요
RSU 제도가 아직 미비한 점은 분명히 있지만, 기존의 스톡옵션 제도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실행되고 있는 제도인 만큼, 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큽니다.
정부에서도 RSU 제도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정교화하는 작업에 나설 것임을 알렸는데요. 추후 RSU 제도에 대해 명문화가 이뤄진다면 좀 더 주주와 임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RSU 제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때는 저도 좀 더 국내 주식에 대한 회의감을 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